11월 8일에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김재철 MBC 사장의 해임안을 부결했다. 방문진의 여당 추천 이사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전화를 받고 해임 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폭로가 나오고 MBC노조가 재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는 기사가 나오니 시민의 한 사람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이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공영 방송으로서의 본분을 되찾는 시작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모니터 할 수 없는 MBC ‘뉴스테스크’

대선정국에서 지상파 메인뉴스의 공정성 문제는 끊이지 않고 제기된다. 지상파 방송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시민단체가 뉴스를 모니터하고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은 고마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언론인권센터 모니터팀에서는 MBC 뉴스는 모니터조차 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상파 3사 중 유독 MBC가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보도가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근간에 MBC 경영진은 뉴스 시간대를 바꾸어 경쟁력을 되찾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MBC가 편향적인 뉴스의 내용을 바뀌지 않는 한 쉽게 시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또 하나의 문제는 MBC가 유독 방송 사고를 자주 내고 있는 점이다.

지난 5일 MBC의 9시 뉴스데스크은 황당한 자막을 내보내 현재의 방송 수준을 여실히 보여줬다. 보통 인터뷰 영상에는 사람들의 이름, 나이, 직업 등을 표기하는 것이 방송편집의 기본이다. 그러나 대선정국을 염두에 두고 만든 ‘후보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코너는 인터뷰를 하는 시민을 ‘할아버지’ ‘할머니’ ‘대학생’ ‘근로자’ 등으로 표기한 자막을 내보내 연일 네티즌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사진을 19대 총선 당선 무효형을 받은 선거사범이라고 잘못 올린 사고도 많은 시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방송 보도의 기본 수칙도 지키지 못하는 실수의 연발이다.

<PD수첩> 사과 사고(社告), 다시 정정할 판

최근 MBC를 둘러싼 최대의 해프닝은 지난 11월1일 서울남부지법(민사합의15부)이 <PD수첩> 광우병 보도를 싸잡아 사과한 MBC 뉴스의 사과방송에 대해 정정보도 판결을 내린 일이다. 2011년 9월 대법원은 2008년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제작진의 귀책사유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일부 불확실한 표현에 대해 정정보도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MBC 경영진은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자체를 ‘허위’로 단정 짓고 2011년 9월 5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고(社告)를 냈다. 이에 <PD수첩> 실무 제작진은 MBC 경영진을 상대로 정정보도청구소송을 냈던 것이다. 결국 MBC는 ‘사과방송’에 대해 다시 정정보도를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사실 저널리즘을 다루는 방송사로서 모두 ‘허위’임을 인정하고 무조건 잘못했다는 사과방송을 한다면 영혼을 상실한 꼴로 보인다. 자존감을 상실하고 영혼이 없는 듯한 방송의 폐해는 그대로 시청자에게 돌아간다.

시민 비판 두려워하라

공영방송 MBC가 비판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 구성원들에게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가슴 아픈 일이다. 한때 용기있게 사회비리를 파헤치며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MBC는 지금 어디에도 없다. 지금은 그 역할의 일부를 소셜미디어가 담당하고 있지만 그것은 지상파 방송의 위력과 영향력을 따라갈 수 없다. 저널리스트의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재철 사장이 해임되고 이명박 정부가 끝나면 공영방송 MBC로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19대 국회는 부디 그동안 외면해 왔던 이사 선임과 사장 선임 등 공영방송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일, MBC 관리주체인 방송문화진흥회법을 재정비하는 작업을 실천 해 주기를 바란다.